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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목 정담(情談)

나루터와 길위의 연인들

음악을 즐겨하는 이들은 추억도 음악과 관련된 게 많다. 나 역시 그렇다. 그래서 가끔 음악에 얽힌 추억들로 느닷없이 감상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운전을 하다가 혹은 길을 걷다가 하면서. 노미애의 ‘길 위의 연인들’이 그랬다.
 
잃어버린 연인을 찾기 위해 수없는 나날을 길 위를 헤맨 사람처럼 그렇게 틈만 나면 인터넷 이집 저집을 문지방 닳도록 들락거리며 그 음악을 찾아 나선 추억이 새삼 새롭다.

 

이십여 년 전 군생활시절이다.

 

군입대 후, 전경으로 배치 받아 경남 진해의 한 섬으로 유배 아닌 유배가듯 발령받아 떠나게 됐다. 섬에 들어가기 며칠 전, 레코드가게에 들러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선곡해 테이프로 만들어 줄 것을 부탁했다. 섬에 한번 들어가면 자주 못나오기에 휴대용카셋트 마이마이로 들을 음악을 녹음해 섬으로 들어갈 요량으로.
 
약속한 날 테이프를 찾으러 갔더니 다른 곡은 다 녹음됐는데 그 노래, 그 노래만 녹음이 안  돼 있는 거였다. 레코드 가게임에도 그 음반은 구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음반은 서라벌레코드사에서 제작했는데, 아마도 많이 팔리지 않아 구비해두지 않았는가 여겨진다.
 
난, 섬에서 고독한 군생활을 2년여를 했다. 그 때 유일한 친구는 라디오였다. 가끔 라디오를 틀면 그 노래가 흘러나왔고 그 때마다 노래 중간이나 끝부분에서 듣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더라도 난 무엇에 홀린 듯 진한 아쉬움 속에 그 노래에 빠져들곤 했다.
 
군제대후 난 상경을 했다. 서울이란 도시에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쏟으며 음악을 잊고있었다. 그러다 인터넷을 하게 됐다. 운이었을까. 도시의 소시민으로 살아가던 난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란 정책계몽에 발맞추듯 인터넷을 누구보다 빨리 받아들였다. 그 당시 내월급의 1/10에 해당하는 가정 전용선 ISDN을 설치할 정도로 또한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음악파일(mp3, asf, wma 등) 수집에 나섰고, 그 노래 검색은 언제나 먼저였다.
 
지금이야 포털 검색엔진이 발달해 뭐든 쉽게 이뤄지지만 그 당시는 야후나 알타비스타로 검색이 주로 이뤄졌고 자료는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 노래는 보이지 않는 거였다. 목마르면 우물판다고 했던가. 난 유료음악 사이트를 가입했다. 그 사이트엔 '길 위의 연인들'이란 곡은 있었지만 '노미애'가 부른 게 아닌 '임수정'이 부른 거였다.
 
한때 난 개인음악사이트를 운영한 적이 있다. http://musicbank.netian.com <= 물론 지금은 계정이 사라졌다. 그 당시 회원들의 애청곡방을 운영했는데 회원이 음악을 신청하면 운영자가 음악 찾아 배달하곤 했다. 어느날 한 회원이 조용필의 '한오백년'을 신청했다. 그 음악파일을 구하지 못해 김수희의 한오백년을 들러줬다. 그런데 그 회원이 기겁하듯 그 노래를 내려달라고 했다. 한마디로 삭제를 요청했던 거였다. 일종의 뭐, 그런 기분.
 
도저히 들을 수가 없었다. 거북스럽다는 느낌, 뭐 그런 것이었다. 김수희가 조용필을 대신할 수 없듯 임수정이 노미애를 대신할 수 없었던 거였다. 아니 '용인'할 수 없었다. 그렇게 기다리고 애탔던 그 노래 그 느낌이 아니었던 것이다.
 
난 그렇게 그 음악 찾기에 실패하고 수많은 사이트를 또 헤매기 시작했다. 음악 관련 사이트마다 그 음악을 찾노라고 게시물을 올렸다.
 
그런 후 며칠, 어떤 분이 내가 올린 게시물을 보고 자신이 알고 있는 웹사이트를 메일을 통해 알려주었다. 자신도 소리바다 등 그 노래를 찾아 수없이 헤맸다면서.
 
감사의 메일을 보내고 그 분이 일러준 사이트를 찾아 가 수없이 그 노래를 리플레이 해가며 듣고 또 들었다. 그런데 그 노래는 다운이 불가하도록 돼있었다. asp 링크 형태로 돼 있는 거였다. 음악파일 수집병에 걸린 난 미칠 거 같았다. 심호흡 크게 한번 하고 또 찾아 나섰다.
 
한참 만에 그 노래를 찾았는데 한국과학기술원(KIST)의 한 직원이 운영하는 사이트로 다운을 그 직원들만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낙담, 그리고 또다시 무작정 뒤지기..
 
그리고 몇 시간 만에 찾았는데 그 노래 역시 링크식 음악이었다. 다행히 음악사이트 운영하면서 체득한 다양한 다운방법을 적용하니 다운이 이뤄졌다. 그 기분 알 수 있을까. "심봤다!" 바로 그거였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나의 게시물을 보고 음악메일을 보내준 그 분이 나의 감사메일을 받고 자신도 그 노래를 다시 찾기 시작하여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던 그 노래가 그것도 딱 한 명의 소리바다 회원 공유폴드에 있어 다운을 받아 나한테 보내준 것이었다. 아, 그 행복의 포만감이란.
 
노미애의 '길 위의 연인들'은 그렇게 애틋한 추억이란 이름으로 내 안에 똬리를 틀고 있다.
 
- 달빛 머금는 나루터 -

 

노미애 - 길위의 연인들

 

 

 

 

노미애-길위의연인들.w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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