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시봉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
이번 짧은글, 긴 생각 코너는 가수이자 작곡가인 이장희님께서 놀러와 프로그램을 통해 세시봉 식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올려 봅니다.
To. 김세환
세환이를 처음 만난 것은 제가 강근식과 명동에 있는 찬싸롱에서 클럽 뮤지션으로 일할 때였습니다. 근데 하루는 어떤 친구가 나타나 노래를 부르는데 그 음성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깜짝 놀랐지요. 이 친구가 후에 여대생들의 인기스타가 된 김세환입니다. 그 때 내가 "야 나는 네 팬이야."라고 얘기했더니 그게 세환이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는지 몇 번이나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합니다.
장희 : "맞죠??" 세환 : "예. 맞습니다."
선배가 후배에게 팬이라고 고백을 하니 꽤나 좋아했나 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김세환씨는 그 때, 그 때도 동안, 지금도 변함없는 동안입니다. 곁에서 보면 늘 건강하게 즐겁게 사는 모습입니다. 한번도 찡그린 모습을 본 적이 전 없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살 때 세환이가 자전거를 타러 미국 저희 집에 왔습니다. 집에 와서 전등이 꺼진 것, 액자가 잘못 걸린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고치고 갑니다.
이렇듯 세환이는 늘 자전거를 타러 미국까지 올 정도의 스포츠 맨이고, 모든 망가진 걸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을 가진 완벽주의자이죠. 제 마음속의 김세환씨는 영원한 소년,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 피터팬입니다. 저는 세환이가 제 친구라는 게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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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조영남
조영남 형은 천재입니다. 어릴 때 중학교 시절 삼촌의 친구로 등장해 기타를 치며 노래한, 영남이 형의 노래 소리는 어린 나를 음악의 세계로 인도했습니다. 날 완전히 사로잡아버린 마력의 소리였죠.
아니나 다를까, 후에 딜라일라(Tom Jones - Deliah, 1968 번안곡)로 당시의 TV화면을 메워버렸습니다. 대한민국에 새로운 가요사가 시작이 되었지요. 그의 환상적인 음성과 창법은 단연 일등이었죠.
미국에 있는 제 단칸방에 영남이 형이 와서 시작한 화투 그림은, 당시에 같이 지내던 조동진, 김중만의 핀잔속에 무럭무럭 커 이제는 한국의 모던아트에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또 하나, 조영남 형은 우리나라 파티계의 스타입니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파티자리에서 영남이 형의 파티 진행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모두가 조영남 형이 파티 석상에 들어서면 서서히 영남이 형의 조크에 파티가 무르익고 즐거워지게 됩니다. 이런 사람은 전 한 명도 본 적이 없습니다.
형은 노래로 시작해서 미술, 문학, 방송계를 아우르는 천재라고 저는 감히 오늘 고발합니다. 또한 형은 저를 무척이나 사랑합니다.
I Love You. I Love You and I Love You all. (사랑하고 사랑합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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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윤형주
66년 연세대 교정에서 전 형주와 만났습니다. 친구의 소개로 음악 친구로 만났습니다. 당시 유종국이라는 경영학과 친구와 당시 의예과에 다니던 경기출신 수재, 형주와 만든 '라이너스 트리오'는 제가 아는 한 한국 캠퍼스 그룹의 효시이죠.
이런저런 모임에 나가 노래를 하면 언제든 제일 인기 있는 사람은 윤형주였죠.
장희 : '그렇지?' 형주 : '(고개만 끄덕끄덕임)'
윤형주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늘 스타일리스트입니다. 당시에는 목도리를 두르고 화사한 모습의 형주는 모든 여대생들의 인기를 늘 독차지했습니다. 또한 그는 아주 유머감각도 많아서 동아방송 DJ로도 이름을 날렸습니다.
얼굴과는 달리 예전의 형주는 이름 속의 '주'자가 바로 '술 주'자라고 본인이 얘기할 정도로 술이 무지 세어 그야말로 '두주불사(말술도 사양하지 않음)'란 말이 어울렸습니다. 술도 잘 마시고 또한 깡도 셌습니다.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형주가 이제는 신앙인이 되어 저는 술친구를 잃었죠.
가보지는 않았지만 형주의 신앙 세계에서 아마도 여성 신앙인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는 것은 보지 않아도 저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45년간의 형주와의 만남을 너무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장희 : "I Love you, Too." 형주 : "I Love you,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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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송창식
형주가 '라이너스 트리오'를 그만둔 후 만난 친구가 송창식입니다. 형주와 창식이는 만나자마자 전설이 되었습니다. 듀엣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선구자 겸, 새로운 대중 문화의 장을 열었죠. 형주의 하이 톤과, 창식이의 섬세한 미성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인기가 폭발했죠.
지금도 잊지 못하는 것은, 이백천씨가 사회를 본 한 세시봉 무대에서 그가 부른 '어머니'라는 노래는 내 가슴에 충격이었습니다. 애절한 그의 아름다운 미성은 그의 영혼을 담아 내 가슴에 그대로 화살같이 꽂았습니다.
환상의 목소리... 난 그를 그리 표현합니다.
일찍 나보다 스타가 된 창식이와 난 참으로 친했습니다. 늘 마음이 따스한 창식이는 늘 내게 밥도 사고, 잠도 재워주고 했죠.
송창식이와 어느날 밤,
장희 : "창식아, 넌 언제까지 노래할거냐?" 했더니 창식 : "난 죽을 때까지 노래할 거야."
이 대화는 당시의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고 지금도 그가 노래하는 것을 보는 걸 옆에서 보는 나는 그에 대한 존경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바둑도 고수이고, 마음이 너무도 순결한 창식이. 일대의 가객 송창식. I Really Love You...
----------------------------------------------------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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