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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연예계를 움직이는 30대 파워①] 가요제작자 방시혁
방시혁(39)은 현 국내 대중음악계를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다. ‘총맞은 것 처럼’으로 백지영을 부활 시켰고, 댄스음악 장르 일색에 아이돌 가수 시장에서 2AM을 발라드로 성공시켰다. 단순하게 “좋은 곡이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설명은 진부할 뿐 아니라 방시혁이 이룬 성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로 보기 어렵다.
“진정성 없는 방식으로 진정성을 찾는다”
▲ 최근 몇년 사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업은 역시 백지영으로 보인다. 2008년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은 어쩌면 잊혀질 뻔 했던 백지영을 부활 시켰고 2009년 ‘내귀에 캔디’를 통해 전혀 새로운 입지를 구축했다. 또 이 노래들이 당시의 트랜드와는 다소 다른 행보를 걸었다는 점, 더 중요한 것은 그 행보가 이후 일종의 트랜드가 됐다는 점이다.
- 명확히 하자면 백지영씨의 부활은 박근태 작곡가의 공으로 돌려야 한다. ‘총 맞은 것처럼’은 백지영의 재기를 단순히 일회성 관심이 아닌 어떤 특별한 위치를 가진 가수로 만들어 줬다는데 있다고 본다. `30대 중반의 여성 솔로 가수`라는 시장을 백지영이 만들어고 이 시장이 젊은 친구들까지 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업의 경우 작곡가로 접근했다면 이 같은 결과물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 본다.
▲ 하지만 일단은 좋은 곡이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하는데.
- 나는 작곡가로 재능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특출난 멜로디를 뽑는 작곡가가 아니다. 좋게 평가해서 작은 멜로디의 파편을 잘 쓰는 정도다. 결론적으로 내가 잘하는 게 뭐냐고 한다면 시장상황과 가수의 시장에서의 위치를 파악해서 이 가수가 어떤 입장에서 얘기를 했을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겠냐는 거다. 애초 ‘총 맞은 것처럼’은 백지영이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못할 것 같았다. 결국 이 노래는 프로듀서이자 제작자 입장에서 접근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 2AM의 성공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하나? 2AM이 발라드 그룹으로 데뷔 했지만 발라드를 불러서 성공한 아이돌은 선례를 찾기 어렵다.
- ‘죽어도 못보내’의 가사가 보편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방시혁 작사) 사실 유치찬란한 가사다. 하지만 나이가 어린 친구들은 그 표현이 와 닿을 수 있다. 노래의 시작이 되는 ‘어려도 아픈 건 똑같아 세상을 잘 모른다고 아픈걸 모르진 않아’라는 가사를 팀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진운이에게 맡긴 것도 이 때문이다.
▲ 이 노래들의 성공이 지극히 전략적인 판단의 결과물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음악 자체에 대한 진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비난을 받을 수도 있겠다.
- 내 경우 `대중음악`이 `산업`이 될 때 노래를 쓰는 걸 배웠다. 또 JYP 등에서 작곡가로 활동하던 10여년, 나는 하나의 상품을 만들어 내는 공장에 장인 역할을 해 왔다. 이제는 내 공장에서 그 방법을 찾아 낸 듯 하다. 실제로 결과물에 대한 깊은 고찰에 따른 잘 조합된 상품이라는 평가가 맞다. 진정성 없는 방식일지라도 시장에 접근 했을 때 진정성을 찾아내는 것이 제작자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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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위해 아이돌 한다”
▲ 아이돌 음악에 대해 옹호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아이돌 음악은 기획성 음악, 창작되는 것이 아니라 찍어내 듯 제작되는 음악이라는 평가가 있다. 가요전체에 아이돌 편중이 가진 문제점도 많이 지적된다.
- 분명하게 밝히고 넘어가고 싶은 건 나는 실력 있는 아이돌이 있다는 현상을 인정하라고 얘기 한 것이지 ‘아이돌 만 있으면 된다’고 말한 적은 없다. 지금까지는 아이돌을 인정하는 것 자체를 평론가들조차도 두려워했던 것 같다. 나는 최소한 공개적인 장소에서 일어나는 논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과를 명확하게 하고 차별이나 역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돌을 붕어라고 부르고 그들이 만든 좋은 영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 하지만 아이돌의 범람은 대형 기획사 중심 가요시장의 재편, 자본투입과 마케팅 방식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상황, 방송사와 기획사간의 유착관계, 다양성을 저해 등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 물론 좋지 않다. 시장은 다양한 상품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문화다양성을 위해서라는 당위에 대한 강요가 있으면 안된다. 역시 이 논리도 저울은 공평해야 한다. 그게 왜 제작자 책임이냐는 거다. 삐삐가 안 팔리면 안만든다는 거다. 기본적으로 대중이 선택해야 할 문제다. 방송사와 유착 문제도 마찬가지다. 콘텐츠 제작자들에 대한 미디어파워는 지금까지 강압에 가까웠다. 이제는 적어도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유착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현재 상황에서는 강압보다는 유착이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 결국 현재 가요계의 문제는 시장과 수익구조인가?
- 그렇다. 유통사와 요율 구조가 엉망인 상황이 정리되고 제작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구조가 돼야 그 이후에 다양성을 논의하는 것이 가능하다. 공공재를 통해 돈을 버는 유통사의 문제에 대해선 논의 하지 않고 제작자에게 문화다양성을 강요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왜 아이돌을 제작하냐고? 살아남기 위해서다. 현재로써는 음원, 예능, 드라마 등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가 가능한 것이 콘텐츠가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단지 국내의 상황만은 아니다. 전세계적인 시장 구조의 변화다.
* 현재 국내의 음원유통구조는 제작자 및 실연자에게 지극히 불리한 요율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사를 통해 1200원 짜리 통화연결음을 받을 경우 통신사가 900원 정도 가져가고 150원은 서비스 제공업체에게, 나머지 150원은 제작사와 실연자에게 지급되는 식이다. 결국 제작사로 회수되는 돈은 실제 판매 금액에 10%가 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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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 2010년 2AM, 옴므 프로젝트(이현, 창민) 임정희 등을 제작하면서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뭔가?
- 자금을 회전시키기 위해 덜 준비된 팀을 내야하고 이를 운에 맞기는 시스템에서 어느정도는 벗어났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이로 인해 R&D(연구개발)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 2011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R&D 계획을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 기본적으로 기획사의 R&D는 신인 개발에 역량을 투입하는 것이다. 소위 연습생들을 뽑고 훈련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이다. 대중음악 제작에서 가수만큼 중요한 건 작곡가와 프로듀서다. 2011년에는 일종의 작곡가, 프로듀서에 대한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 일종의 작곡가 중심 기획사로 전향하는 것을 의미하나?
- 아니다. 다수의 작곡가들을 발굴하고자 함은 맞지만 회사에 전속시키는 것이 아니다. 일종의 연대를 만들 계획이다. 마음에 맞는 작곡가들과 함께 일종의 커리큘럼을 만들어 가르치고 친하게 지내는 정도면 된다. 단지 지금까지 도제 형식으로 유지돼 오던 작곡가 양성방식을 시스템 안으로 편입시키고자 함이다.
▲ 끝으로 가벼운 질문 하나만 더하자. MBC ‘위대한 탄생’ 심사위원을 하면서 오디션 참가자들에 대한 외모지적으로 말들이 많다.
- 하하. 말들이 많았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외모지적이냐고. 나름 억울하니깐 한마디 하자면 사실 음악과 패션은 지극히 밀착돼 있다. 그걸 중요하게 생각했던 분들이 싱어송라이터다. 비틀즈가 그랬고, 헤비메탈 밴드가 그랬고. 흑인 힙합이 그랬다. 그들이 세계 유행 흐름 바꿨다. 자기 음악을 패션으로 표현한 거다. 그런 맥락에서 외모를 지적했던 거다. 단순히 예쁘다 못생겼다를 말한 건 절대 아니다.
단순한 우연이지만 방시혁은 수개월 전부터 다이어트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30kg 이상을 감량했다고 한다. 단지 “음악을 오래 하고 싶은데 집중력이 떨어져서”라며 웃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