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자를 잘 맞추려면..
* 박자를 맞추려면
박자를 잘 맞춘다.
템포를 잘 맞춘다.
리듬 감각이 있다.
이런 말들은 다 같은 의미일까요?
아니면 어떤 차이가 있는 말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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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 템포, 리듬……. 우선 이들의 개념을 어렴풋이나마 구별해야겠지요. 이들을 주입식 2분법적으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대충 끼워 맞춘다면…….
박자 = 박 + 자
박 = 음세기/강약
자 = 음길이/장단
∴ 박자 = 강약 + 장단
∴ 템포 = 속도
리듬 = (박절 + 절주) + 템포
박절 = 물리적 맥동(음세기/강약)
절주 = 운율적 맥동(장단, 고저)
∴ 리듬 = 물리적 맥동 + 운율적 맥동 + 템포
결국, 박자든 리듬이든 [강약]과 [장단]이 그 요체임을 알 수 있으므로, 이들은 같은 말로 치부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박자는 개체적/부분적 개념이고, 리듬은 구간적/총체적 개념이라 할 수 있겠지요.
또, 박자는 음표/쉼표의 길이를 유지함이 그 기본이고, 이를 지키면 템포(속도)는 저절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다만, 박자는 개체적/부분적 용어이고, 템포는 구간적/총체적 용어라 할 수 있을 것이며, 한편 박자는 심리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반면에 템포는 절대속도를 말하는 점도 그 구별점이라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악상기호인 [rubato/루바토]는, 악절/전체 속도와는 관계없이 어떤 부분에 있어서의 개별 박자(강약과 장단)를 조정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그 부분의 리듬에 변화가 오게 하는 것이고, [agogik/agogic/아고긱]은 어떤 구간의 전체 속도를, 예컨대 점점 느리게, 또는 점점 빠르게 조정하는 속도법이라는 관점에서 구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즉, 템포는 최소한 악구/악절 이상의 구간에 대한 일정한 속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고, 아고긱은 구간단위의 등비수열(等比數列) 개념으로써 집단적으로 조정하는 속도법이며, 반면에 박자(심리속도 포함)는 어떤 박절(마디 단위) 내에서 부분적으로 개별 음표/쉼표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루바토는 그 강약 및/또는 장단을 개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므로, 루바토를 [속도/템포]라는 평면에 두고 설명하는 것은 차원의 혼동이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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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박자를 잘 맞출 수 있을까요?
대가로 일컬어지는 어떤 연주인은 metronome/메트로놈과 친해지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메트로놈은 일정한 템포(절대속도)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훈련에 쓰이는 것이므로 박자(심리속도)와는 직접적 관계가 없는 것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박자는 개별 음표/쉼표의 길이를 유지하고 박자표에 따른 강약을 지켜주는 것을 말하므로 템포와는 별개인 기초훈련이 필요합니다. 악곡의 어떤 구간 또는 전체의 템포를 지키고, 이에 대한 고차원적 변형인 아고긱을 구사하는 것은 박자훈련 다음에 해야 할 별도의 훈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많은 학도들을 지도했던 경험으로 볼 때, 박자를 못 맞추는 경우에는 대개 악보에 대한 두뇌 인식에 문제가 있고, 또한 이를 뒷받침하는 발박자 습관이 안 되어 있는 게 원인일 수가 있습니다.
박자를 맞추려면,
첫째, 악보를 읽을 때 박자표에 따라서 음절별로 주선율을 인식하고 외워야 합니다. 특히 클래식 나일론-기타음악이나 블루-글래스 스틸-기타음악처럼 다성부 독주곡인 경우에는 부차성부에 의한 부선율이라든지 알페지오 등의 화음반주 및 운지는 무시하고 주선율 음절 단위로, 즉 박자표에 따라 주박/원박 1개 단위로 끊어서 인식해야 합니다.
이는 [프레이징]과는 다른 관점에 서는 것으로서, 어쩌면 이와는 반대의 개념일 것입니다. 프레이징은 음절 단위가 아니라 구절/구문 단위로 인식하고 연주하는 것인데, 예컨대 주선율을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라고 인식하는 것은 구문적 프레이징 개념이지만, 이를 음절 단위로 끊어서, 즉 1자(통상적으로 한 박자라 함) 단위로 읽는다면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로 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프레이징은 기준 박자와 기준 템포에 능숙해진 후에, 나아가서는 그 고차원적 변형인 루바토와 아고긱을 처리할 수 있을 때 도입되는 개념입니다. 말하자면 처음에는 분석, 나중에는 다시 종합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지요.
특히 성악/노래에 있어서는 음절/1자 단위로 끊어서 박자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리듬을 타고 노래를 한다는 의미는, 바로 정확한 박자(강약과 장단)가 기초가 될 때 가능한 것으로서, 이때 노래 가사의 구문적 의미가 통하게끔 주선율을 인식하는 것은 프레이징 개념에 해당하는 통합적인 것이므로 차치하고, 처음에는 오히려 악보상의 박자와 마디를 기준으로 해서 주선율에다 가사의 각 음절을 의미 없이 할당하는 분석적 방법이 훨씬 더 유효할 것입니다.
음절/1자(1박자) 단위로 악보를 읽는 것은 두뇌 인식의 문제로서, 이는 발박자를 밟을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됩니다. 즉, 주선율을 음절/1자 단위로 파악하지 않으면 발박자마저도 엉키게 됩니다.
둘째, 연주연습을 할 때는 반드시 발박자를 맞춰야 합니다. 이때 곧바로 연주연습에 들어가지 않고, 음반이나 선배들의 녹음을 들으면서 주선율의 흐름에 청각을 고정시킨 후, 발박자만 따라 해보는 게 좋습니다. 즉, 기능적 연주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주선율을 인지하고 그 박자 연습부터 하라는 것인데, 악보를 보면서 선배의 연주에 맞추어 발박자를 밟아보는 선행 연습은 몹시 유용할 것입니다.
발박자는 언제나 [down/up]을 구별해서 연습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말하자면 1개의 발박자를 주박/원박 1개로 보고, 이 주박이 2분할되었을 때 발박자 [down]은 제1맥에, [up]은 제2맥에 각각 할당해서 정확하게 연습하는 것입니다. 이때 박자에 숙련되기 전까지는, [down-foot]에서는 뒤꿈치를 들고, [up-foot]에서는 뒤꿈치를 바닥에 내려놓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초기의 발박자 훈련은 악기를 통해서 하는 기능훈련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도 더 중요한 기초기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박/원박 1개에 발박자 1개를 배당한다 함은, 예컨대 2/2박자표라면 2분음표 1개가 주박 1개이므로, 주박이 분할되어 4분음표 2개의 분박이 생기면 각각 발박자 [down]과 [up]에 해당될 것입니다. 또, 4/4박자표, 또는 3/4박자표라면 주박은 4분음표 1개이므로, 이의 분박인 8분음표 2개는 각각 [down]과 [up]에 해당될 것입니다.
2/2박자나 4/4박자는 그 기초박단이 짝박입니다. 짝박 기초박단은 2개의 박(음)이 1-세트/그룹이라는 뜻입니다. 반면에 3/4, 3/8 박자표는 3개의 박이 1-세트/그룹을 이루는 홀박 기초박단에 의한 것이므로, 이들 박자표의 원박은 각각 점2분음표, 점4분음표가 되며, 만일 6/8, 9/8, 12/8 박자표라면, 이들은 각각 점4분음표 원박 2, 3, 4개가 중첩된 것이라 하겠습니다.
6/8, 9/8, 12/8 박자표에서의 발박자 1개는 원박인 점4분음표 1개에 대응시키는 게 편합니다. 이때 주박인 8분음표는 3개가 1-세트/그룹으로서 발박자 1개에 해당되므로, 이때는 [down/up] 발박자로 양분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러나 이들 8분음표가 분할되어 16분음표가 된다면, 이때는 [down/up]이 각각 16분음표 3개씩(1개조)에 할당됩니다.
기초박단이 홀박인 경우에는 그 분박도 역시 3분할되는 것이 원칙이며, 만일 2분할된다면 리듬 변주로서의 [교차박자]에 해당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syncopation/당김박]으로 해석될 것입니다.
따라서 정밀한 발박자를 훈련하기 위해서는 주박/원박 1개를 [down-tapping]과 [up-tapping]으로 양분한 후, [down]은 발가락 부분으로, [up]은 뒤꿈치로 밟는 연습이 필요하며, 박자분할(부박/분박)의 경우에는 각각(down/up)의 1/2박을 다시 2분할(짝박) 또는 3분할(홀박)해서 [down] 및 [up]에 그룹 단위로 할당하는 훈련이 요구됩니다. - 이는 드럼세트를 연주할 때 bass/kick-drum을 밟는 요령이기도 합니다.
박자연습의 첫걸음은 [엇박]에 대한 훈련입니다.
엇박은 박자표에 따른 1자, - 대개 이를 한 박자라고 표현하지만 정확한 용어는 아닙니다. - 예컨대 4/4박자표에서 4분음표 길이의 주박 1개가 분할되어 2개의 8분음표가 되었을 때, 그 첫 부박(제1맥)이 쉼표인 경우를 말합니다.
또는, 엇박은 위 경우에 분할된 주박, 즉 부박의 제2맥에 강세가 있는 경우를 뜻하기도 합니다.
엇박 연습은 [down-foot]일 때는 쉬고, [up-foot]일 때 연주/노래가 들어가는 연습을 말합니다. 이때 처음에는 어떤 연습곡을 듣기만 하면서 발박자와 리듬창, 또는 계명창만으로 박자를 맞추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gmland. (한국기타문예원)